오랜만에 미로객잔에 왔다.
올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개 산책을 처음 따라 가봤는데
호스트님이 무려 연아 목줄을 맡겨주셨다.
개들은 생각보다 목줄 컨트롤에 민감했다.
그럼에도 목줄이 팽팽해지는 상황이 되면
매번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차가 오면 목줄을 아주 짧게 잡아서
우발 상황에 대비해야한다.
길을 따라 순순히 걸어가면 기분이 참 좋다.
산책은 개와 인간의 의사소통이었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비언어적 의사소통에 능통할 것 같다.
개에게 넓은 공간이 필수는 아니라고 했다.
사생활이 보장된 개인공간이 주어진다면
그 너비는 중요치 않다.
대신 산책을 가는것이 중요하다.
산책은 개들의 SNS 라고 했다.
영역표시로 방명록을 남기는 것이 필요하다.
인스타 핫플 같은 장소도 있다고 한다.
산책길에 핫플이 있느냐도 중요하다고 한다.
나는 의외로 개와 닮은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산책 돌아와서 스토너를 다 읽었다.
불행한 운명을 인내하는 타인의 성실한 삶이
위로가 된다고 생각하는 얄팍한 나.
슬퍼보일 수 있는 삶이지만
한편으로 완성된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나에겐 조금 더 행운이 있기를.
아무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