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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일기

21-04-21

by 김짱쌤 2021. 4. 21.

1.

감정의 원천은 지나간 사건이다.

지나간 사건이 감정이 되어 현재에 영향을 미치려면,

그것은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어야한다.

지나간 사건이 저장되는 공간을 기억이라고 한다.

그중에서 감정적인 부분을 마음이라고 하자.

2. 

기억에는 용량이 있다.

지나간 사건들은 머리에 잠시 머물다가 어느새 잊혀진다.

마음도 마찬가지로 저장되는 용량이 있다.

이 공간이 비어있으면 공허하고, 차갑고, 쓸쓸한 기분이 든다.

이 공간이 가득차면 매우 시끄럽고, 잠을 잘 수 없고, 초조하다.

마음의 남은 용량은 의외로 정량적으로 측정 가능하다.

설거지가 쌓여있는 기간, 분리수거를 하지 않은 기간 등등으로 남은 용량을 표시할 수 있다.

3.

마음의 용량이 얼마 남지 않으면

작은 사건이 들어와도 쉽게 꽉 차버리기 때문에

감정적인 일들에 대해 민감해지는것 같다.

이미 가득찬 마음에 자꾸 감정적인 사건을 부어 버리면

감정이 넘쳐 흘러서 마음 밖의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4.

휴가 신청서에는 "몸이 안좋아서 쉴게요" 라고 썼지만

사실은 조금 더 긴 내용이었다.

마음이 텅텅 빈 시절보다는 더 사람같아 진것같아 좋은 면이 있다.

물론 몇 줄의 부정적인 코드리뷰 때문에 휴가를 쓰는것은 어두운 면이다.

몇 일동안은 비대해진 마음이 튀어나올까 일기를 안썼다.

마음을 잘 다루기위해 일기를 쓰는 것인데 아주 역설적이다.

5. 

일어나서 휴가를 쓰고 5시간정도 다시 잤다.

아침에 간질간질하던 녀석들이 잠잠해졌다.

나는 이런 과정을 감정적 소화라고 부르는데

시간이 지나면 엄청 커다란 녀석들이 점점 작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뜻하면서 동시에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은 깨끗하게 집 청소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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